2020년 9월 20일

계약언어의 불명확성 수용에 있어 스마트계약이 가지는 한계

계약언어의 불명확성 수용에 있어 스마트계약이 가지는 한계

당사자 사이에 계약을 체결할 때, 다소의 공백을 둔 불완전한 계약을 체결하는 모습이

오히려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최대한 협조한다”나 “~등”과 같은 의미나 범위가 다소 불명확한 개방적ㆍ예시적 표현은

어느 계약에서나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계약언어의 불명확성은 분쟁의 씨앗이 되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거래관계에 구체적 타당성과 유연성, 융통성을 가져다주는 장점이 있다.

장래에 발생이 가능한 경우의 수를 모두 예측하는 것부터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2020년 COVID-19 사태로 인하여 계약불이행과 불가항력 면책 여부가 논의되는 상황을

누가 미리 스마트계약에 코딩해둘 수 있었겠는가?

그나마 일부 상황을 예측하더라도, 개별 경우의 수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결할지를

체결단계에서부터 미리 교섭하고 확정하는 것은 큰 비용을 소모한다.

미리 가지치기를 해둔 경우의 수 중 실제로 실현 될 상황은 소수에 불과할 것이므로,

비용투입을 정당화할 만한 보상이 있지도 않다.

스마트계약의 장점으로 언급되는 교섭비용의 절약이 무색해지는 지점이다.

더구나 미리 예측을 하여 대비해야 하는 사건들에는 계약의 이행에 장애가 될 만한 상황들도 포함된다.

계약이 원만하게 이행될 것을 기대하고 교섭에 임하여도 얼마든지 결렬이 가능한데,

계약의 불이행이나 무효, 취소 등 문제 상황을 교섭 단계에서부터 상정하면서

구체적인 해결방안들까지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면 계약체결의 성사가 방해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예를 들어본다. 국토교통부 표준부동산매매계약서 제3조는

“매도인은 저당권, 지상권, 임차권 등 소유권의 행사를 제한하는 사유가 …
있을 때에는 잔금 수수일까지 그 권리의 하자 및 부담 등을 제거하여
완전한 소유권을 매수인에게 이전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 ‘소유권의 행사를 제한하는 사유’로 나열된 저당권, 지상권, 임차권은 ‘등’이란 문구가 있으니

예시적 열거라는 점은 명백한데, 어느 경우까지 소유권의 행사를 제한하는 사유에 해당하는지는

가치판단을 동원한 해석이 필요한 부분으로, 프로그래밍 언어의 조건문으로 구성하기 쉽지 않다.

컴퓨터가 이해하지 못하거나 잘못 이해할 가능성을 없애기 위하여 ‘등’을 삭제하고

‘유치권, 전세권, 가압류, 가처분, 가등기, 우선매수청구권, 환매권’과 같이 제한사유들을

명시적으로 추가한다면 효율적인 계약언어 사용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누락되는 사유가 발생할 경우 스마트계약이 대처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

‘유치권’이 민사유치권(민법 제320조)만을 의미하는지 상사유치권(상법 제58조)까지도 포함하는지,

‘저당권’이 근저당권(민법 제357조)도 포함하는지 등도 컴퓨터가 재량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쉽게 말해 컴퓨터가 고민할 여지가 없도록 정의해 두어야 한다.

나아가 저당권, 가압류ㆍ가처분이나 가등기와 같은 부담은 오라클 기능을 이용하여

인터넷등기부로부터 관련 정보를 호출하여 부담의 존부를 판별할 수 있지만,

유치권은 스마트계약이 그 존부를 탐지하기가 쉽지 않다.

그밖에도 전통적인 계약이라면 부담이 제거되지 않을 경우 매수인이 해당 부담을 승계하는 대신

매매대금을 적절하게 감액하는 방법으로 당사자들이 계약체결 후라도 새로 합의할 수 있지만,

스마트계약은 승계되는 부담과 그에 따른 감액된 대금을처음부터 정해야 하므로 융통성이 떨어진다.

이처럼 스마트계약의 프로그래밍 언어는 계약언어의 불명확성을 온전히 수용하지 못하는 결과,

너무 경직되어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응이 어려워 구체적 타당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참조문헌 : 바카라게임https://ewha-startup.com/